편도체가 흥분하면 우리는 왜 후회할 말을 할까

우리는 가끔, 아니 자주, 말하고 나서 후회합니다. “그걸 왜 그렇게 말했지?” 하며 집에 오는 길, 혹은 잠들기 전 이불 속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되는 그 말들. 분명 내 입에서 나왔지만, 왠지 ‘나’답지 않은 말들이죠. 그런데요, 그 순간 우리가 이상했던 게 아니라, 우리의 뇌가 ‘정상적으로’ 반응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중심엔, 바로 ‘편도체’라는 작은 뇌 부위가 있습니다. 감정의 중심을 맡고 있는 이 조그만 기관이 흥분하면, 우리의 말과 행동은 꽤 달라집니다. 오늘은 바로 이 편도체가 흥분할 때 왜 우리가 후회할 말을 하게 되는지, 그 생물학적 배경과 마음의 흐름을 차분히 풀어보려 합니다.
 

편도체가 흥분하면 우리는 왜 후회할 말을 할까

 

1. 편도체, 감정의 첫 번째 경보장치

편도체(Amygdala)는 우리 뇌의 깊은 곳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작은 구조물입니다. 이름은 작지만 하는 일은 큽니다. 공포, 분노, 불안 같은 강한 감정을 탐지하고 반응하는 역할을 하죠. 마치 뇌 속의 경보장치처럼 작동합니다.
누군가가 무례한 말을 툭 던졌다고 해볼게요. 그 순간, 우리의 편도체는 즉시 상황을 '위협'으로 해석하고, 긴급 대응 모드에 들어갑니다. 혈압은 올라가고, 심장은 빨리 뛰고, 우리는 재빠르게 말을 내뱉게 됩니다. 문제는 이 반응이 너무 빠르다는 거예요. 빠른 만큼, 생각은 따라오지 못하죠. 그래서 나온 말은 종종 날카롭고 즉흥적이며, 때로는 감정이 앞선 말이 됩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후회하는 이유입니다.
 

2. 전전두엽, 브레이크를 밟을 시간도 없어요

편도체가 감정의 가속 페달이라면,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이성의 브레이크입니다. 계획, 판단, 자제력, 공감 등을 담당하는 영역이죠. 그런데 감정이 너무 빠르게 솟구칠 때는 이 전전두엽이 개입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편도체 하이재킹(Amygdala Hijack)”이라 부릅니다.
즉, 편도체가 먼저 발동해 감정의 엔진을 돌려버리면, 전전두엽은 이미 늦은 상황이 되는 겁니다. 그 결과, 평소 같으면 절대 하지 않을 말도 순식간에 튀어나옵니다. 말 그대로 ‘무의식의 감정 반응’이 ‘의식의 필터’를 뚫고 나온 거예요. 시간이 조금만 지나 감정이 가라앉고 나면, 전전두엽이 다시 등장해 이렇게 말하죠. “그 말을 왜 했니…”
 

3. 후회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반동

후회라는 감정은 단지 잘못된 말 때문만이 아닙니다. 사실 후회는, 감정적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찾아오는 ‘인지적 회복 작용’이기도 합니다. 편도체가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면, 뇌는 다시 이성적인 분석 상태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제야 말의 무게와 상대의 감정을 돌아보게 되죠.
이 과정은 오히려 건강한 뇌의 신호입니다. 즉흥적인 말에 후회가 따라붙는 건, 당신이 ‘감정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라는 증거일 수 있어요. 하지만 반복되는 후회는 결국 관계에도 상처를 남기죠. 감정을 통제하거나, 최소한 감정을 ‘자각’하는 습관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4.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을 때, 말은 달라집니다

말을 바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정을 없애는 게 아닙니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지금 나는 화가 나고 있다”, “불쾌감이 올라오고 있다”는 자각만으로도 편도체의 흥분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여러 심리학자들에 의해 확인되었습니다.
이렇게 감정을 관찰하고, 그것을 멈추는 연습을 하다 보면, 말도 점점 달라집니다.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박자 쉬고, 필요하다면 말하지 않는 선택도 가능해집니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강함입니다. 편도체가 들끓는 순간에도 자신을 조절할 수 있는 힘, 그것이야말로 감정지능의 핵심이자 말의 품격을 만드는 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