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가까워질수록 많은 사람들이 ‘벼락치기’를 택합니다. 평소에는 미루고 미루다가, 하루나 이틀 안에 모든 내용을 몰아서 공부하곤 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하루에 조금씩 차곡차곡 공부를 이어가며 장기적으로 준비하죠. 이 두 방식, 즉 ‘몰아서 하는 공부’와 ‘매일 조금씩 하는 공부’ 중 뇌는 과연 어떤 방법을 더 선호할까요?
겉보기에는 몰아서 공부하는 쪽이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단시간에 많은 양을 끝내는 것처럼 느껴지니까요. 하지만 뇌는 양보다 정보가 들어오는 ‘타이밍과 패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입니다. 이 글에서는 뇌가 어떻게 정보를 기억하고, 어떤 방식의 공부 루틴이 더 깊고 오래가는 학습 효과를 만드는지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공부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뇌의 리듬’입니다.
1. 뇌는 정보의 ‘분산’을 선호합니다: 매일 조금씩이 기억에 유리한 이유
뇌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받는 것보다, 작은 단위로 반복적으로 입력되는 정보에 더 강한 인식을 남깁니다. 이는 신경회로의 작동 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① 뇌는 ‘반복’을 통해 기억을 강화합니다. 같은 정보를 일정 간격으로 반복해서 접하면, 시냅스가 자극되고 연결이 강화됩니다. 이때 발생하는 시냅스 장기 강화(Long-Term Potentiation) 현상은 정보를 단기 기억이 아닌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핵심입니다.
② 간헐적인 복습은 망각 곡선을 막아줍니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는 우리가 정보를 학습한 직후부터 빠르게 잊어간다는 망각 곡선을 제시했습니다. 매일 조금씩 반복하는 학습은 이 망각 곡선에 맞춰 기억을 다시 자극함으로써 장기 저장소에 각인되도록 도와줍니다.
③ 짧고 규칙적인 학습은 ‘기억의 회복성’을 높입니다.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입력하면, 뇌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피로해집니다. 하지만 매일 일정량을 정리하면서 공부하면, 정보 간 연결 구조가 강화되고, 불러오기 능력(인출력)이 향상됩니다.
④ 감정적으로도 부담이 적습니다. 매일 조금씩 공부하는 습관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줄여주며, 학습과 긍정적인 감정을 연결시키는 도파민 보상 회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줍니다. 결국 공부에 대한 거부감 없이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됩니다.
2. 몰아서 공부하면 뇌는 과부하 상태에 빠집니다
단기간에 많은 양을 공부하는 방식은 ‘효율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뇌는 이 방식을 비효율적이며 비생산적인 학습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특히 기억 유지와 전환 과정에서 뇌가 겪는 손실은 상당합니다.
① 몰입보다 과도한 자극이 문제입니다. 몰아서 공부할 경우 정보는 계속 입력되지만, 뇌는 이를 소화하고 정리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로 인해 시냅스 연결이 불안정해지고, 기억이 저장되기도 전에 다른 정보가 밀고 들어오는 ‘오버라이팅’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② 해마의 처리 용량이 초과됩니다. 해마는 단기 정보를 처리하고 대뇌피질로 넘기는 ‘기억의 관문’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몰아치는 공부는 해마의 처리 능력을 초과하게 만들고, 그 결과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오히려 더 오래 남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③ 수면을 통해 정리되는 정보량도 제한적입니다. 하루 동안 입력된 정보는 잠자는 동안 정리되고 저장됩니다.
하지만 몰아서 공부하면 정보의 양이 너무 많아 뇌가 수면 중 정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기억의 질을 낮추고, 다음 날 인출 능력을 떨어뜨립니다.
④ 학습 피로와 정서적 소진이 빠르게 찾아옵니다. 몰아서 하는 공부는 뇌를 스트레스 상태로 몰아가며, 이로 인해 집중력 저하, 무기력, 자기 효능감 감소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자주 반복되면 학습 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연결됩니다.
3. 뇌는 일정한 리듬의 학습을 좋아합니다: ‘습관 회로’의 관점
매일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공부하는 루틴은 단순한 생활 습관을 넘어서 뇌에 ‘예측 가능한 학습 회로’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① 뇌는 반복되는 시간 패턴을 기억합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학습하면, 뇌는 이 리듬을 학습하고 ‘이 시간이 되면 집중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회로를 자동화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습관 회로의 기반입니다.
② 습관은 전두엽의 부담을 줄여줍니다. 초기에는 전두엽이 의사결정과 집중을 도맡아야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습관화된 행동은 전두엽의 개입 없이 자동으로 실행됩니다. 결과적으로 공부에 대한 에너지 소모가 줄고, 더 오래 지속 가능한 루틴이 완성됩니다.
③ 반복된 루틴은 감정적으로도 안정감을 줍니다. 뇌는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공부하면 스트레스 자극이 줄어들고, 공부를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회로가 형성됩니다. 이는 공부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④ 습관화된 학습은 기억 회상력을 높입니다. 뇌는 같은 상황에서 입력된 정보를 더 빠르게 호출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책상, 시간, 방식으로 반복 학습한 정보는 그와 유사한 상황에서 더 쉽게 떠오르도록 연결됩니다. 시험 시간에 책상에 앉으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기억처럼요.
4. 실전에서 적용 가능한 ‘매일 조금씩’ 학습 전략
하루에 8시간을 공부하는 것보다, 하루 30분씩 16일을 공부하는 것이 뇌에는 훨씬 적합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얼마나’보다 ‘어떻게’입니다. 다음은 뇌가 좋아하는 학습 구조입니다.
① 학습은 25~30분 단위로 끊어서 하세요. 뇌는 한 번에 오랜 시간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포모도로 기법’처럼 25분 집중 + 5분 휴식을 반복하는 방식은 뇌 피로를 줄이면서도 기억 집중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루틴입니다.
② 배운 내용은 다음 날 다시 떠올려보세요. 간헐적 복습은 망각 곡선을 막는 최고의 전략입니다.
복습은 단순히 읽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꺼내는 연습(인출 연습)**이 되어야 합니다.
③ 아침 시간 또는 잠들기 전 시간을 고정하세요.
기억력과 집중력은 오전 중, 특히 깨어난 직후 가장 높고, 자기 직전은 뇌가 기억을 정리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이 시간대를 활용하면 학습이 뇌 속에 더 깊게 각인될 수 있습니다.
④ 기록과 요약을 병행하세요. 말로 정리하거나 그림으로 표현하면서 학습하면 좌뇌와 우뇌가 함께 활성화되며 기억이 단단해집니다.
매일 5문장 요약, 1장의 마인드맵 정리는 작지만 효과가 큰 실천 전략입니다.
공부는 오래 한다고 오래 남지 않습니다. 뇌는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리듬을 선호합니다. 매일 조금씩, 짧은 시간을 정해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야말로 기억, 집중력, 감정 유지에 모두 유리한 최적의 방식입니다. ‘몰아서’ 하는 공부는 뇌를 피로하게 만들고, 정보 정리에 실패하게 합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세요. 뇌가 좋아하는 리듬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따르는 것이 진짜 공부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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