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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학습능력

단기기억 vs 작업기억 – 헷갈리지만 완전히 다른 두 개념

by 꼬미야~ 2025. 7. 8.

공부나 기억력 훈련, 인지 심리에 관심이 있다 보면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이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얼핏 보면 이 둘은 비슷한 개념처럼 들립니다. 둘 다 잠깐만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 같고, 순간적으로 외워서 사용하는 기억이니 같은 말 아닌가 싶기도 하죠.
하지만 이 두 개념은 뇌의 기능에서 전혀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완전히 구분된 시스템입니다.
단기기억은 정보를 ‘잠시 머물게 하는 공간’이라면, 작업기억은 그 정보를 머릿속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공간’, 즉 사고와 문제 해결의 기반이 되는 기능입니다.
이 글에서는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이 어떻게 다르고, 뇌 속에서 각각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이 두 기억 시스템이 학습과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두 기억의 정체를 분명히 구분하는 순간, 공부법과 기억법에 대한 시야도 함께 넓어질 것입니다.

 

목차

 

1. 단기기억은 ‘임시 보관함’, 작업기억은 ‘생각의 작업대’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은 모두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기 전의 중간 저장 단계’**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안에서 처리하는 방식은 뚜렷이 다릅니다.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이란?

단기기억은 뇌가 외부 자극을 받았을 때, 그 정보를 짧은 시간 동안만 저장하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불러준 전화번호를 메모하기 전까지 잠깐 기억하고 있을 수 있는 것도 단기기억 덕분입니다.
일반적으로 단기기억의 저장 용량은 약 7±2개 항목, 시간은 15초에서 30초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기억은 단지 ‘저장’만 합니다.
정보를 ‘사용’ 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124 378 901”이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몇 초 동안 그 숫자를 머릿속에만 붙잡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숫자를 이용해 무엇인가 계산하거나 해석하려면, 전혀 다른 기억 시스템이 작동해야 합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란?

작업기억은 단기기억보다 더 적극적인 인지 시스템입니다.
단순 저장이 아니라 정보를 꺼내서 조작하고, 비교하고, 계산하는 활동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작업기억은 흔히 ‘마음의 작업대’라고 비유됩니다.

예를 들어, 위 숫자 “124 378 901”을 듣고 난 후 그것을 역순으로 말하라면, 단기기억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이때는 숫자를 기억하면서 동시에 순서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업기억이 개입하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 단기기억은 저장만 한다.
  • 작업기억은 저장 + 조작(처리)까지 한다.

이 차이 하나로 두 시스템은 완전히 다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 두 기억은 뇌의 다른 부위에서 작동합니다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은 심리학적인 개념일 뿐 아니라, 실제 뇌 해부학적으로도 다른 위치에서 작동하는 인지 시스템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왜 두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지 더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단기기억은 측두엽과 해마의 협업

단기기억은 주로 **측두엽(Temporal lobe)**과 **해마(Hippocampus)**가 담당합니다.
특히 해마는 감각적으로 들어온 정보를 일시적으로 저장하고, 필터링한 뒤 장기 기억으로 전송할지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감각이 들어오고, 그 감각이 의미를 갖는 데까지는 빠른 판단이 필요하므로, 단기기억은 감각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작동합니다.

작업기억은 전두엽이 주도한다

작업기억은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중심입니다.
이곳은 인간의 사고, 판단, 문제 해결, 계획 수립 등 고등 인지기능을 조절하는 곳으로, 단기기억보다 훨씬 더 복잡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작업기억은 필요한 정보를 해마에서 끌어오기도 하고, 단기기억에서 받은 정보를 분석한 후, 다음 행동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문제의 조건을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다음 단계를 계산하는 것’은 전적으로 작업기억의 몫입니다.

이처럼 단기기억은 비교적 수동적이고 감각 중심인 반면, 작업기억은 능동적이며 실행 중심의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은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전혀 다른 뇌 회로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3. 학습에서 작업기억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

공부나 실생활에서 ‘기억력’이 중요하다고 할 때,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것은 단기기억의 양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학습 성과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것은 작업기억의 질과 사용 능력입니다.

왜 그럴까요?

  1. 작업기억은 정보를 조직한다
    공부할 때 새로운 개념을 단지 외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지식과 연결하거나 구조화하는 것은 작업기억의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라는 정보를 외우는 것은 단기기억이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하고 설명하는 건 작업기억입니다.
  2. 문제 해결 능력은 작업기억이 만든다
    수학, 물리, 논술 등 문제 풀이 과정에서는 조건을 기억하면서 여러 정보를 동시에 다뤄야 합니다.
    이때 작업기억이 넓고 유연할수록, 더 복잡한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즉, 작업기억은 생각의 범위와 깊이를 결정짓는 기반이 됩니다.
  3. 작업기억은 감정 조절과도 연결되어 있다
    집중력, 충동 억제, 계획 세우기 등의 기능은 모두 작업기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기억이 떨어지면 감정 조절도 어려워지고, 공부에 몰입하기 힘들어집니다.

결국, 단기기억은 ‘기억력의 일부’ 일뿐이고, 진짜 학습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작업기억의 활용력입니다.
공부가 단순 암기가 아닌 이유, 바로 뇌가 정보를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4. 작업기억을 강화하는 뇌 루틴: 공부보다 먼저 훈련해야 할 것

단기기억은 크게 훈련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뇌가 감각을 받아들이고 짧게 유지하는 본능적 기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업기억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으며, 이는 학습 능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전략이 됩니다.

다음은 작업기억을 활성화시키는 일상 루틴입니다:

1) 정보를 말로 요약하는 습관 들이기
읽은 내용을 2~3문장으로 말해보세요.
→ 뇌는 정보를 저장하고 동시에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작업기억이 강하게 자극됩니다.

2) 머릿속에서 ‘순서 바꾸기’ 연습
오늘 할 일, 일정, 외운 단어를 역순으로 말해보는 훈련을 해보세요.
→ 순서를 바꾸는 행위 자체가 작업기억의 전형적인 활용 방식입니다.

3) 한 번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훈련
멀티태스킹은 작업기억을 피로하게 만듭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하나의 작업에 몰입하면, 작업기억 회로가 선명하게 정리됩니다.

4) 두뇌 게임이나 퍼즐 활용하기
예: 숫자 기억 게임, 짧은 암기 후 회상하기, 논리 연결 퀴즈 등
→ 뇌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작업기억의 민첩성을 유지하는 데 유익합니다.

이러한 습관들을 꾸준히 실천하면 뇌는 점점 ‘정보를 조작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강화하게 됩니다.
단기기억은 ‘무엇을 봤는가’를 기억하고, 작업기억은 ‘그걸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기능입니다.
학습의 차이는 바로 이 차이에서 시작됩니다.

 

 

정리하자면, 단기기억과 작업기억은 헷갈리기 쉬운 개념이지만, 실제로는 기능도, 뇌의 작용 부위도 완전히 다릅니다.
단기기억은 짧은 시간 정보를 머무르게 하는 저장 장치이고, 작업기억은 그 정보를 가지고 생각하고 판단하게 만드는 사고 도구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암기력보다 중요한 것은 ‘작업기억을 얼마나 유연하고 강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입니다. 기억보다 사고. 그리고 그 사고는, 작업기억에서 시작됩니다.

 

단기기억 vs 작업기억 – 헷갈리지만 완전히 다른 두 개념
단기기억 vs 작업기억 – 헷갈리지만 완전히 다른 두 개념